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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덕인거십니다!

코레일, JR : 철도 민영화는 전부 나쁜건가?

이 글을 쓰기까지에는 2가지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철도 민영화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뉴스나 유튜브 댓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인식에는 철도 민영화 뿐만이 아니라 민영화 자체가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에도 얼핏 알고는 있었지만 2019년 코레일 총파업 당시, 민영화는 악의 축인듯 양 대하는 글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관련된 이야기를 언제 한번쯤은 정리해보자 하였습니다.

둘쨰는 SR 관련 글을 쓰기 전, 배경조사를 하다가 아무래도 민영화와 연관이 되있는 이야기라 관련 지식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었습니다. 이게 직접적인 계기인듯 싶습니다.

시험기간 등 여러가지가 겹쳐 글을 쓰기까지 좀 늦어졌네요. 모쪼록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철도 민영화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오를 수 있는 건 당연히 요금인상입니다. 보통 일본, 조금 안다 싶으면 영국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일본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면서 일본의 교통비가 우리나라보다 대체적으로 비싸니까 많이 거론되죠. 철도 사업이 민영화 되있기도 하고요. 영국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철도 요금이 매우 비싼 나라입니다. 지하철, 전철, 기차 할 것 없이 모두 비싸죠. 근데 이 모든 것이 민영화 때문일까요?

 

먼저 영국입니다. 사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의 철도 환경은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민영화로 인한 요금상승도 어느정도 요인이긴 하겠다만 영국이라는 나라 자체는 원래 교통비가 비싼 나라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영국국유철도의 후신인 내셔널 레일은 민간기업입니다만, 런던  지하철을 운영하는 런던교통공사는 공기업입니다. 런던 지하철의 기본 요금은 2.4파운드(교통카드 사용시)로 글을 쓰고 있는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3650원 정도겠네요. 수도권 전철의 기본요금이 1250원, 도쿄  메트로의 기본요금이 170엔(대략 1900원)임을 생각하면 민간기업이고 공기업이고 할 것 없이 원래 교통요금이 비싼 나라입니다.

 

다음은 일본입니다. 사실 일본은 JR부터 무궤도 전차 사업자까지 총 207개의 철도 사업자가 존재하여 단순하게 설명하기엔 어렵습니다. 여기서는 일본국유철도로부터 민영화된 JR그룹 중에서도 혼슈 3사(JR 히가시니혼, JR 니시니혼, JR 도카이)에 관하여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일본국유철도는 다들 아시다시피 1987년에 민영화 되었습니다. IC카드(교통카드) 사용과 최저운임을 기준으로 민영화 이후 요금 상승은 1989년, 2014년, 2019년 3차례, 신칸센 히카리를 기준으로 하면 1989년, 1997년, 2014년, 2019년으로 4차례 있었습니다. 보통 많이 타는 노조미를 기준으로 하면 개업 이후 1997년 한차례 요금 인상이 있었다가 2003년 요금이 감소, 2014년, 2019년 요금 소폭 인상으로 현재 가격은 개업 당시 가격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3차례 인상 당시 요금 인상분이 크지 않았습니다. 민영화 당시 120엔에서 1989년 130엔으로 인상, 2014년엔 130엔에서 133엔으로, 2019년엔 136엔으로 인상하여 민영화 이후 33년간 고작 16엔이 올랐을 뿐 입니다. 또한 인상 원인도 소비세 인상에 따른 교통 요금 인상입니다. 소비세는 첫 도입인 1989년 3%부터 1994년 4%, 1997년 5%, 2014년 8%, 2020년 10%로 꾸준히 인상 되었으며 민영화 당시 120엔에서 소비세 10%를 감안한 금액은 132엔으로 실제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금액은 고작 4엔이 오른 것 입니다.

나름대로 지식이 있으신 분들은 몇가지 반문점이 떠오르실 겁니다. 일본이 버블경제가 꺼진 이후로 디플레이션이었다는 점과 민영화 이전 과도한 요금 인상으로 더 올릴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죠.

먼저 디플레이션에 대해서 살펴보려면 벤치마크가 될 지수가 필요합니다. 보통 물가상승률로 잡죠.

그래서 열심히 CPI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JR그룹이 만들어진 1987년 4월 CPI지수는 86.2, 가장 최신 자료인 2020 2020년 4월 CPI지수는 101.9입니다. 최저운임의 상승률은 약 13.3%, CPI지수의 상승률은 약 18.2%로 물가상승률보다 요금 상승률이 적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JR의 운임은 오히려 민영화 이후 줄었습니다.

민영화 이전 과도한 요금 인상은 자체로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만, 공기업임에도 운임을 과도하게 올릴 수 있다는 역설적인 면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제가 노렸던 논점이기도 하고요.

일본국유철도의 민영화가 이루어진 1987년의 지하철 요금은 250원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2020년은 1250원이죠. 5배 상승하였습니다. 물가상승률로 보정해볼까요? 1987년 우리나라 CPI지수는 33.0, 2020년 5월 CPI지수는 104.71입니다. 대략 317% 상승하였습니다. 물가상승률로 보정해도 략 57% 운임이 상승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공기업이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조금씩 운임을 상승해왔던겁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론 민영화된 JR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운임이 높아져야 하고, 공기업인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물가상승률과 운임 상승률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야하는데 아이러니합니다.

 

자 그럼 지금당장 철도 민영화를 진행해야겠네요? 그것도 아닙니다. 사실 일본 특성상 주요 SOC들중 민영화가 되었거나 민영화 절차를 진행 중인게 많습니다. 우정사업이나 전력사업, 최근 논란이 된 수도사업 또한 민영화 단계를 거치는 중입니다. 하지만 JR이 민영화 이후 어떻게 체질개선을 했는지 보고 부채를 줄일 궁리는 해야합니다. 일본국철은 공기업 의식에 빠져 서비스 개선은 눈꼽만큼도 안하고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길 바라다가 결국 부채가 산더미로 불어났으니 말이죠. 현재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와 다를게 없습니다.

 

걸핏하면 수요 예측이 맞지 않는 예비 타당성 조사, 좌우 가릴 것 없이 정치에 휘둘리는 신규 노선 및 신규 역 설치, 다이어 개편 등등이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철도는 정치와 너무 연관되어 있습니다. 툭하면 머리에 띠묵고 내 집앞에 역놔라 출입구 놔라하는 요구에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다 들어주지 않습니까? 강남리 마을 전철, 오송역, 흥덕역은 그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죠.

예비 타당성조사도 문제가 있습니다. 의정부 경전철 운영사는 이미 파산했고 우이신설선은 예측 수요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너무 수요를 낮게 잡아 4량에서 6량으로 늘리기도 하였죠. 그 외에도 수원 ~ 천안간 경부2선, 호남선 복선, 전철화 등등 수요 예측을 고의인지 의심이 될정도로 빗나갔습니다.

일본처럼 쾌속이라던지 특급 열차 운행도 고려를 해봤으면 하지만 우리나라 역 특성상 대피선이 있는 역이 별로 없기에 힘들긴 합니다. 물론 게이큐처럼 건넘선을 대피선으로 사용한다던가 복선에서 5개 등급을 운영한다던가 마개조를 하면 가능하긴 하겠지만요.

이 이상의 이야기는 나중에 일본 철도회사들의 이익을 내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또한,  일본 철도회사는 철도사업을 말고도 부대사업을 합니다. JR이나 대형 사철은 물론 쵸시 전기철도처럼 운영 자금이 부족한 매우 작은 회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테츠는 부대사업 규모가 철도사업보다 배로는 크죠. 코레일은 공기업이라 부동산 개발이나 민자역사 같은 사업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넘어가서 문제지만 지금 당장 코레일이 하고 있는 부대사업도 그다지 활발하지가 않습니다. 끽해봐야 타 편의점 브랜드에 비해서 할인이나 적립도 짜고 서비스도 몇가지 안하는 스토리웨이나, 관광사업,  우체국과 연계한 KTX 특송정도 이려나요?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페리나 버스같은 타 교통사업도 있고, 현재 하고 있는 유통업이나 광고업도 규모를 키울 필요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철도 민영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민영화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는 정책입니다.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 관계라고 하죠.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좋다 나쁘다를 따질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을 이 글에서 아시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작성해봤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참고자료 : 국가교통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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