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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덕인거십니다!

주식회사 SR : 도대체 왜 있는거야?

철도 오타쿠로서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도대체 SRT는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고, 주식회사 SR이라는 회사가 운영할까요? 이에 대해 조사해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몇가지 알아낸게 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먼저 이야기의 시작은 수서평택고속선의 건설 목적입니다. 가장 큰 목적은 역시 서울역~금천구청역 구간의 선로 포화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 특성상 교통수단이 대부분 서울 중심의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인데, 이는 철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서울역 ~ 금천구청역이 그 막장을 달리는 구간인데요. 경부고속선의 기점이 금천구청역으로 서울역부터 금천구청역까지 KTX는 기존선인 경부선을 사용합니다. 옆나라의 신칸센(한자로는 新幹線으로 새로운 간선을 뜻함)처럼 기점부터 종점까지 아에 새로운 고속선을 뚫지 않은 것이 의문입니다. 이로서 서울역 ~금천구청역 구간은 KTX, ITX-새마을, 무궁화호, 수도권 전철 1호선 완행 및 급행, 광명셔틀에 화물열차까지 다니는 막장 구간이 되었습니다. 열차의 단순 숫자로 많을 뿐더러, 표정속도도 제각각이라 다이어 짜는데 고생 좀 할듯한 구성입니다. 선로 용량도 포화될뿐더러, 한번 다이어가 꼬이면 그날 정시 운행은 골로 간거나 마찬가지죠.

두번째 목적은 서울권 신도심과 경기 동남부의 고속철도 접근성을 높히기 위함입니다. 기존 KTX가 서울에서 착발하는 역은 서울역, 용산역(호남권), 영등포역(수원 경유) 정도로 강남, 강동의 신도심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졌습니다. 전철을 타고 서울역까지 가서 고속열차를 타거나 사당역에서 광명역까지 가는 버스셔틀 정도일까요. 이는 경기 동남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접근성이 매우 낮아 유리궁전 소리를 들으면서 까이는 광명역이나, 대전까지 기존선 타고가서 느린데다가 배차간격도 긴 수원역밖에 없던 것이죠.

 

첫번째 목적은 수서역에서부터 평택역까지 아에 새로운 간선을 깔아버려서 달성하였습니다. 이름하야 수서평택고속선으로 구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율현터널은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을 길이의 터널입니다. 뭐 그렇게 선로용량 확보해놓고 서울역 ~ 금천구청역 구간에 다른열차를 더 쑤셔넣어서 선로용량이 줄지는 않았다는 것과, 수서평택고속선의 종점부터 오송역까지의 경부고속선 선로용량이 포화됬다는건 웃픈 이야기지만요.

두번째 목적은 강남의 수서역, 화성 동탄의 동탄역, 평택의 지제역에 SRT를 지나게 하여 해결하였습니다 각각의 역들은 강남권과 강동권 사람들이, 수원과 화성, 용인 사람들이, 평택과 안성 사람들이 고속철도를 이용하기 위한 관문이 되었습니다.

 

자 그럼 수서평택고속선을 왜 지었는지는 납득이 갑니다. 그럼 도대체 왜 수서평택고속선은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고, 주식회사 SR이라는 코레일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구조가 되었을까요?

먼저 발단은 수서발 SRT 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정부 정책입니다. 해당 논리에 따르면, 수서발 SRT와 기존 운행중인 KTX와 타 계통들이 경쟁사업을 벌여 최대 20%까지 요금이 인하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사실 목적 자체만 놓고 보면 좋습니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요금 인하가 되면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당연히 좋겠죠.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저는 여기에 2가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코레일의 부채가 상당하다는 것, 두번쨰는 이미 경쟁체제에 있다는 것 입니다.

먼저 한국철도공사의 부채규모입니다. 전국 각지의 부동산이라는 기초자산이 탄탄하여 부채가 커도 큰 문제가 없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정부의 입김이 매우 강하게 불어 최근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든 한국전력공사를 제외하면 부채규모가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은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철도공사 정도입니다. 이중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인 기업은 한국철도공사가 유일하죠. 또한 토지와 같은 기초자산도 한국철도공사에겐 많은 편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게 있는데 철도 인프라의 소유권은 정부에게 있으며, 행사권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있어 한국철도공사는 빌려다 쓰는 입장입니다. 또한 왠만큼 좋은 부지의 역사들도 민자역사라서 사실상 코레일의 기초자산은 열차정도입니다.

 

이런 부채문제가 있는 와중에, 수서평택고속선만의 매우 좋은 사업권을 민간에 넘긴다라는건 말이 안됩니다. 고속철도는 여러분들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매우 좋은 사업이거든요.

위 자료는 여객사업중 주요 노선에 관한 영업이익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사실상 경부고속선 하나로 나머지 노선들의 적자를 전부 보존하고도 남는다는게 과언이 아닙니다. 자료엔 나와있지 않지만 재래선 중에서 흑자인 노선은 분당선, 경인선, 경원선 정도가 눈꼽만큼 흑자를 내고있는 것 정도입니다. 사실 이도 영업과 관리가 분리되어 있기에 흑자처럼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 흑자를 내는 노선은 경부고속선이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토권(도쿄 근교권), 도호쿠권과 츄부권 일부에서 영업중인 JR 히가시니혼의 영업이익보다 츄부권 대부분에서 영업중인 JR 도카이의 영업이익이 큽니다. 이는 JR 도카이가 도쿄역 ~ 신오사카역을 운행하는 도카이도 신칸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떄문입니다. 매출은 JR 히가시니혼쪽이 3배가량 높은데도 말이죠.

참고로 도카이도 신칸센은 보통 시간당 14편성을 운행합니다. 이는 앞서 선로용량 문제로 언급했던 경부고속선과 수서평택고속선의 합류지점부터 오송역까지의 피크타임 운행편성이 11편성인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이런 마당에 돈이 썩나본지 시나가와역(도쿄)부터 신오사카역까지 자기부상 열차를 정부지원 없이 깔겠다는걸 보면 정말 미친기업인듯 싶습니다.

 

이런 철도의 핵심중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만 민간에 넘긴다는건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며, 타 여객사업과 화물사업의 적자를 고속철도로 매꿔야 하는 코레일과 고속철도만 운행하는 민간과 경쟁을 하면 코레일 입장에선 출혈경쟁으로 적자를 더 늘릴것은 불보듯 뻔한 이야기입니다.

덧붙여서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주식회사 SR은 흑자를 내고있는 기업입니다. 고속철도 운영에 있어 코레일과 동등한 조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주식회사 SR은 SRT 운영에 따른 매출액 절반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선로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으며(코레일은 34%) 이는 코레일의 34%도 매우 높아 한국절도시설공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정도였다는걸 생각하면 어마무시한 선로사용료입니다. 또한 주식회사 SR은 SRT 전체 편성 32편성중 22편성을 코레일에 임차하여 운행중입니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것 중 하나인데, 사실 SRT는 KTX-산천에 도색하고 내부 인테리어만 조금 수정을 본 열차입니다. 즉, 기술적으론 완전히 같은 열차인거죠.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주식회사 SR은 매년 흑자를 내고 있으니 고속철도 사업은 철도회사에 있어 핵심적인 사업과도 같습니다.

 

다음 맹점은 KTX에는 이미 경쟁대상이 있는 교통편이라는 것 입니다. 영남권으론 항공이, 호남권으론 고속버스가 그 경쟁대상입니다.

이상적으로 서울에서 부산과 광주로 향하는 항공편과 고속버스편은 KTX의 경쟁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고속버스보다 고속철도가 우위를 점하는건 당연할 뿐더러, 현재 서울역 ~ 부산역 편성의 운행시간이 2시간보다 조금 많음으로서 보통 고속철도와 항공편의 경쟁에서 4시간의 벽이라는 표현으로 보통 고속철도의 운행 시간이 4시간 안쪽이면 항공편보다 우위를 점한다라는걸 생각하면 KTX가 항공편보다 우위를 점하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부산편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적어 초과수요가 항공편으로 옮겨갔다는 점과 부산역의 암울한 접근성이, 광주편은 오송분기로 인한 총연장 증가와 표정속도 감소, 광주를 제외한 타지역 연계성이 적다는 것, 부산역보다 더 암울한 광주송정역의 접근성이 각각 항공편과 고속버스편과 경쟁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KTX의 경쟁대상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SRT를 운영하는 민간기업을 경쟁을 위해 추가한다는 건 주장의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식회사 SR을 민영화하려다가 무산되자 정부는 코레일의 자회사로 설립하기로 하였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열차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내고, 선로 사용료는 코레일보다 반정도를 더 내고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분리되고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운영해야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냥 주식회사 SR을 코레일에 편입시켜 적자개선 시킬 생각은 없는걸까요?

 

 

이렇게 오늘은 주식회사 SR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글은 아마 철도 민영화에 관한 글이지 않을까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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