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이야기

화웨이 : 이제 반도체는 어디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중국 규제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다시금 화웨이가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기술 유출, 백도어 삽입 등을 명목하에 실시하는 규제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선 COVID-19 등장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멈추고,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내포되어 있다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먼저 지난 미-중 무역 분쟁에 중요 내용 중 하나였던 백악관 행정명령 13873호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미국 정부가 지정한 기업에 대해 자국 기업이 거래를 하려면 미국 재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행정명령으로 사실상 미국이 지정한 기업과의 거래는 미국 입맛대로 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 조치의 대상 중 하나가 화웨이고요.

이 조치로 인하여 화웨이는 미국 기업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전면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계약을 철회한 기업이 여럿 되는데 주요 기업으로는 퀄컴, 브로드컴, 인텔과 같은 네트워크 칩셋 제조사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화웨이에 압박이 되었을 조치는 단연 구글과의 거래 중지로 인한 GApps와 같은 구글 Play 서비스 사용 금지 조치입니다. 화웨이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안드로이드는 AOSP 프로젝트 하에 있는 오픈소스라서 사용은 가능하다만 말이죠.

이에 따른 화웨이의 대처중 단연 돋보이는건 App Gallery일겁니다. 스마트폰 진영 특성상 앱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장되기 마련입니다. 3rd Party 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사의 풍부한 앱 공급까지 없으면 타 플랫폼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는건 당연합니다. Firefox OS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했던 Windows Phone마저 앱이 적어 개발 중단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앱은 스마트폰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니까요.

사실 화웨이의 '탈 미국화'는 행정조치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NM Card입니다. 'Mate 20 시리즈' 언팩 당시 같이 공개했던 MicroSD카드를 대신할 외장 스토리지 규격이라지만 사실상 MicroSD가 시장을 점유했을 뿐더러, 속도가 문제라면 대처할 규격인 UFS카드가 이미 JEDEC 표준으로 지정되었을 시기이므로 화웨이의 '탈 미국화'의 일환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필자는 'Mate 20 시리즈' 언팩을 라이브로 보고 있었는데 NM Card를 보고 무슨 생각으로 저런걸 만들었는지 의문이었으나 후에 생각하면 화웨이의 큰그림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이번 트럼프의 행정조치는 지난 행정조치와는 무엇이 다르냐 알아보면 미국이 지정한 기업에 대해 제3국 기업이 해당 기업과 거래를 하면 세컨더리 보이콧을 할 수 있는 행정조치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니들 기업이이 쟤네 기업들이랑 거래하면 우리 기업들보고 니들하고 거래 힘들게 하겠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거래하면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는 물건들을 관세를 높게 매긴다던가 거래를 중지시킨다던가 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말입니다.

 

이에 따라 각 언론에서 보도가 나왔는데요, 가장 집중을 받은건 단연 파운드리 업체인 TSMC입니다. 이외에도 국내 언론에선 dram과 낸드 플래시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필자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기업이 몇몇 있습니다. 타 기업과는 차원이 다르게 화웨이의 목덜미를 잡고 K.O. 펀치를 날릴만한 가치를 가진 기업도 하나 생각나고 말이죠. 이렇게 미국의 총구가 누구를 향할지, 또 그에 따른 화웨이는 어느 대책을 새울건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합시다.

 

 

먼저 TSMC입니다. 원래 하청업체는 을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라는 신기술 특성 상, 설계하는 회사가 기술적, 경제적인 이유로 생산이 불가한 경우가 많아 위탁 생산을 맡기는데요, 이 업체가 TSMC입니다. 사실 시스템 반도체계에서의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회사는 몇 없습니다. 현재로선 인텔과 삼성전자 정도고, 과거 GlobalFoundries 분사 및 매각 이전의 AMD가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IDM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TSMC는 업계 최고수준의 미세공정을 무기로 하는 슈퍼 을인 기업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엔 더더욱 말이죠.

주요 위탁업체는 스마트폰 AP로는 애플, 퀄컴 그리고 논란의 중심인 하이실리콘(화웨이 자회사)이, x86계열 CPU로는 AMD, GPU로는 엔비디아 등등 시스템 반도체라면 이름날리는 초 거대 기업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미디어텍, 브로드컴, 마벨, VIA 등등 대부분의 기업들의 위탁 생산을 하는 기업이 TSMC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에 진출한 이후에도 TSMC의 독주는 이어져 왔습니다. 애플 A9에서의 삼성과 TSMC 양사 공급 이후 모든 A칩은 TSMC가 생산하기도 하며, 스냅드래곤 845 이후 Flagship 스마트폰 AP는 전량 TSMC에서 공급, AMD RYZEN 시리즈 Zen 2부터는 전량 TSMC에서 공급하는 등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이력이 별로 없는 빅칩은 물론 스몰칩 마저도 삼성전자를 압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도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는데, 이는 자체 모바일 AP인 Kirin 시리즈는 물론 자체 네트워크솔루션의 집약체인 모뎀도 마찬가지 입니다. 화웨이의 TSMC 의존도는 꽤나 큰 편 인거죠.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 이번 행정명령으로 TSMC가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사용하여 화웨이에 납품하려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TSMC의 화웨이 납품은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 입니다.이해 응하여 TSMC는 화웨이와 하이실리콘에 대하여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제재 이전까지의 주문 물량만 생산하게 된것입니다. 아마 이번 화웨이의 Flagship 제품인 P40 시리즈에 탑재되는 Kirin 990 5G SoC 또는 다음 Mate 40 시리즈에 탑재 되는 SoC가 마지막 물량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더불어 TSMC는 5nm 대규모 팹을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으므로 완전히 미국편으로 붙은 것 입니다.

이러한 TSMC의 결정에도 꽤나 많은 고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웨이와 하이실리콘에서 주문하는 물량은 TSMC 전체 매출의 10% ~ 20%를 차지하는 규모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니 말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TSMC에 향한 총구는 이제 누구를 겨냥할까가 주요 관심사인 와중에 국내 언론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dram과 낸드플래시가 그 대상이죠. dram 경우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이 도합 95%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낸드 플래시의 경우엔 삼성전자, 키옥시아(전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웨스턴 디지털(2016년 샌디스크 인수),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인텔이 사실상 99%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dram의 경우엔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외하면 고성능의 칩셋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며, 낸드 플래시의 경우엔 미국 기업인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과 인텔을 제외하면 고성능 칩셋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 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없이는 당장 화웨이는 스마트폰은 물론, 통신장비 조차도 만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 제재에 Dram과 낸드 플래시가 해당되진 않는다만 언제 미국의 제재가 확대될지 모르니 말이죠. 화웨이 입장에선 당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SOS를 요청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필자는 앞으로의 제재 대상이 dram과 낸드 플래시에 국한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미지 센서입니다. 이미지 센서 시장도 dram과 마찬가지로 소니와 삼성전자가 거의 독점해있는 시장으로, Flagship 스마트폰의 이미지 센서로만 제한해본다면 화웨이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소니의 이미지 센서가 탑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니와 삼성전자가 이미지 센서 공급을 중단해버리면 답이 없어집니다.

반도체가 아니라 부품으로 눈을 넓혀보면 두번째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소형 OLED는 현재 80%가 넘는 비중을 삼성전자가 납품 중이며 화웨이의 스마트폰에도 삼성전자의 OLE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품질이 삼성전자의 OLED에 비해서 떨어지더라도 중국 내 기업인 BOE와 에버디스플레이도 제조하고 있어 위 dram과 낸드 플래시, 이미지 센서에 비하면 그렇게 큰 타격은 못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ARM의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입니다. ARM에 대한 이슈는 작년 무역분쟁에도 있었으나 묻혀 크게 알려지진 않았습니다만, 필자는 이게 화웨이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비장의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A칩이고 스냅드래곤이고 엑시노스고 Kirin이고 모두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ARM에서 라이선스를 내주지 않으면 끝장입니다. AP고 모뎀이고 나발이고 못만듭니다. 그냥 끝이에요. 대체할 수단도 전혀 없고, 없으면 구동조차 못하는 핵심중의 핵심 기술입니다. 작년에는 5월경에 ARM이 라이선스 공급을 중단했으나 10월경에 다시 재개한다고 했었죠. 이번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가져야하는 기업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미국이 EPN 참여를 권한 나라 특히 미국, 한국, 일본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먼저 파운드리입니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팹을 못쓰는 화웨이의 위탁생산 업체는 SMIC이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SMIC은 중국 1위, 세계 5위의 파운드리이며 올해 1월, 화웨이가 14nm 칩 생산을 주문한 업체입니다. 하지만 SMIC이 공정 면에서 TSMC와 기술 격차가 매우 커 완전 대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UMC도 있긴하나 2018년 미국의 제재 대상인 푸젠진화와 협력관계를 중단한걸 봐선 화웨이가 UMC와 거래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Dram은 Nanya와 허페이창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입니다. Nanya는 대만의 Dram 제조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4위의 Dram 제조사입니다. 이전에도 화웨이에 Dram을 공급해왔던 업체라 당장 대체할 수는 있을겁니다. 다음은 허페이창신인데, 지난 2019년 8Gb Dram 첫 양산을 한 기업입니다. 아직까진 타 업체에 비해 기술격차가 많이 나고, 화웨이의 엄청난 물량을 적절한 수율과 함께 감당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만, 장기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입니다.

낸드 플래시는 칭화유니 그룹의 자회사 YMTC가 삼성전자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64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올 연말까지 128단 낸드를 양산하겠다는 취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는 1년정도밖에 나지 않으며 이는 Dram이 2년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화웨이의 많은 물량을 생산할 능력이 있는지는 두고봐야할 문제이지만 꽤나 빠른 시일내에 대체가 가능해보입니다.

디스플레이는 BOE와 에버디스플레이가 삼성 디스플레이와 LG 디스플레이의 자리를 메꿀 것 같습니다. 두 회사 모두 화웨이에 납품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BOE는 작년 애플의 플렉시블 OLED 공급사 지위를 따내기도 하는 등 앞선 메모리에 비해 기술격차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물론 품질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여 아직까지 애플에 납품을 하진 못하지만 애플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이 업계 최고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장 대체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센서와 ARM 아키텍처는 사실상 대체 수단이 없습니다. 이미지 센서는 앞선 낸드 플래시와 Dram에 비해서도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ARM 아키텍처는 그냥 대체 불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이번 미국의 화웨이를 대상으로 한 경제제재와 그에 따른 화웨이의 행보를 예측해봤습니다. 사실 앞전 주식회사 SR에 이어서 철도 민영화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요즘 이슈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하며, 들어오는 물에 노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