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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덕질 이야기

LG VELVET으로부터 알아보는 LG전자와 LG그룹 2편

1편에서는 LG VELVET에 대해 제 나름대로 분석해봤습니다.

(혹시라도 못 보신 분들은 이쪽: https://shoko.moe/112)

이번 편에서는 왜 LG전자가 MC사업부를 포기할 수 없는 건지 그리고 LG의 현 위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난 4월 7일, LG전자는 2020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였습니다. 매출액은 15조 가량, 영업이익은 1.1조 가량으로 YoY로 봤을 때 매출액은 1.2% 감소, 영업이익은 21.1%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생각보다 좋은 실적을 보인 것으로 언론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잠정실적 발표이므로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H&A사업부는 매우 선방한 것으로 추측되며, MC사업부와 VS사업부는 각각 1700억, 400억 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중 MC사업부는 2020년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것입니다. 20 분기면 자그마치 5년이라는 시간인데, 이 시간 동안 LG는 무엇을 했는지, MC사업부를 왜 버리지 않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일단 왜 LG전자는 왜 MC사업부를 놓아주지 않을까요? 20분기가량 누적된 적자를 합치면 대략 5조 원가량, 이 정도 규모의 적자면 웬만한 기업은 버티지 못합니다. 당장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을 때나, HTC가 구글에 픽셀 개발팀과 기술을 매각했을 때의 적자 규모를 생각하면 망하고도 남는 실적입니다.

하지만 LG전자는 앞선 두 회사와는 다르게 사업분야가 나누어져 있습니다. 특히 메인 사업부는 누구나 인정하는 H&A사업부죠. 일단 이를 바탕으로 한 자금력에 의해서 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스마트폰의 중요성입니다. H&A사업부가 개발하는 가전들을 이어주거나, HE사업부가 개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기기 하면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LG전자라는 생태계를 LG가 만들어나갈 때 단연 그 중심에 있는 건 스마트폰이 되어야 하기에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겁니다.

 

세 번째 이유는 5G입니다. 이는 두 번째 이유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흔히 5G를 나타내는 몇 가지 토픽 중 하나가 '초연결'입니다. 모든 전자기기가 지연이 적으면서도 동시에 연결이 가능한 기술입니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려면 관련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 밑바탕이 MC사업부가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 이유는 LG그룹의 주된 납품처입니다. LG화학에서 만드는 배터리, LG디스플레이에서 만드는 디스플레이, LG이노텍에서 만드는 카메라 모듈,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LG유플러스입니다.

 

그럼 LG그룹은 어떤 구조길래 MC사업부를 놔줄 수 없을까요? 흔히 LG전자를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없는 삼성전자'라고 칭한다면 저는 LG그룹을 '미래는 있는데 현재는 없는 그룹'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비교군은 삼성그룹입니다. 삼성그룹에서 사업별 차지하는 매출이 높은 건 당연 삼성전자죠. 그중 DS부문과 IM부문은 캐시카우입니다. 그럼 이를 제외했을때 어느 사업이 매출이 높을까요?

답은 금융업입니다. 이를 꽤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의 종속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했을 때 가장 매출액이 높은 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입니다. 이외에도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정도가 있겠죠. 이를 모두 합치면 중공업 매출과 배로는 차이가 납니다. 물론 영업이익으로 보면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가 예외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금융업이 꽤나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 LG는 금융업이 없나요? 네 없습니다. 사실 있었는데 매각됐죠. 우리나라 2002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때 전부 매각되었습니다. 국내 1위 점유율을 자랑하던 LG카드는 현 신한카드가 되었고, LG화재는 LIG손해보험이 되었다가 KB금융지주에 인수되어 현 KB손해보험으로, LG투자증권과 LG선물, LG투자신탁운용은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었다가 현 NH투자증권이 되었습니다.

 

자 그래서 현재 LG그룹의 주축은 어느 계열사일까요? 그 답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입니다. 참고로 SK그룹의 주축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위 세 기업이 차지하는 매출의 비중은 위 자료에 나와있는 대로입니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와 LG생활건강이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LG전자는 위에서 실컷 떠들었으니 LG디스플레이를 이야기해볼까요? 위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꽤나 좋지 않습니다. 흔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주축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TV가 잘 팔릴리 만무합니다. 물론 LG도 중소형 OLED를 개발합니다만 타 제조사 대비 품질이 좋지 않기도 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여 LG 스마트폰 이외엔 탑재되는 기기가 잘 없죠. 더군다나 LCD 분야는 투자는 해뒀는데 중국 업체들의 치킨게임에 밀려 투자금 회수는 불가능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음은 LG화학입니다. LG화학의 사업분야는 크게 두 가지인데 석유화학과 배터리입니다. 배터리 쪽은 전기차 이슈로 미래에는 많이 사용될 여지가 있습니다만 현재까진 손익분기점을 왔다 갔다 하는 것에 그쳐있습니다. 그러므로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석유화학 쪽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석유화학 분야도 암울합니다. 셰일가스가 그 원인이 되겠죠. 국내업체들은 원유 추출물을 사용하여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합니다만, 미국 업체들은 셰일가스로 생산하기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번 유가 폭락이 석유화학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원래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세 업체 중에 한 업체가 흔들리면 나머지 두 업체가 받쳐주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의 부진으로 LG전자 혼자 떠받들고 있는 구조입니다. 물론 미래에 OLED가 LCD를 대체하고, 전기차가 대중화되어 배터리가 무지막지하게 들어간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현재는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LG VELVET으로 시작하여 LG그룹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보았습니다. 나름 주관적인 의견도 반영되어 있고,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를 들어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도 있습니다. 사실 비판에 가까운 분석입니다만 저도 나름대로 LG그룹의 여러 계열사 주주기도 하고(?), 항상 이인자였던 국민기업 LG가 한발 더 성장하길 바라는 바에 적어봤습니다.

지적은 환영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